[직장생활] 직장에서 '못된 놈'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진짜 이유 (feat. 심리적 안전감)

오늘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읽고 깊은 여운이 남았던 글 하나를 공유하며, 제 생각을 조금 보태어 정리해 보려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저 사람은 조직에 해를 끼치는데 왜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승진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씁쓸한 의문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던져줍니다.

1. '빠른 결정'이 아니라 '빠른 종결'이다.

대립적이고 거친 문화가 지배하는 조직은 겉보기에 굉장히 기민해 보입니다. 회의는 짧고, 결론은 금방 나오니까요. 하지만 그 속도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대 의견을 냈다가 공개적으로 저격당하거나 공격받는 모습을 몇 번 보고 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계산을 시작합니다. '내가 이 말을 해서 얻는 이득이 뭐지?' 답은 대부분 '없음'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합니다.

이건 토론이 효율적이어서 결정이 빨라진 게 아니라, 토론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입니다. 검증 과정이 생략된 결정은 결코 '빠른 결정'이 아니라 '빠른 종결'일 뿐이며,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는 기업의 미래를 건 위험한 도박이 됩니다. 오류는 사라진 게 아니라, 단지 수면 아래로 숨었을 뿐입니다.

2. 분위기 좋은 팀에 '투약 오류 보고'가 더 많은 이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병원 팀들을 연구했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좋고 수평적인 팀일수록 오히려 투약 오류 '보고'가 훨씬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은 팀은 실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뒤집어 대립적인 문화에 적용해 보면, 독성(toxic)을 가진 사람이 있는 조직에서는 오류 자체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류 보고'가 줄어듭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에서 곪아가다,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터지게 됩니다. 제거된 건 목소리이지,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3. 비용과 성과의 비대칭: 시스템이 만든 괴물

그렇다면 왜 조직은 이런 해로운 사람들을 걸러내지 못할까요? 핵심은 '비용과 성과의 비대칭'에 있습니다.

못된 사람들의 성과는 눈에 잘 띄고 즉각적입니다. 단기 매출 숫자, 억지로 밀어붙여 맞춘 마감 기한, 회의실에서의 강한 존재감 같은 것들이죠. 반면 그들이 남긴 부작용(숨겨진 오류, 침묵하는 팀원들, 유능한 동료들의 이직)은 평가 시즌에 특정 계정이나 지표로 잡히지 않습니다. 상사의 눈에는 오직 가시적인 성과만 보일 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독성 직원(Toxic Worker) 한 명을 피하는 것이 상위 1%의 슈퍼스타 한 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금전적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 생산성 지표에서 평균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시스템적으로 살아남고 보상받습니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4. 결국 사람들은 일에서 멀어진다

못된 사람이 보상받고 승진하는 모습을 본 구성원들은 학습하게 됩니다. '이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을 잘하는 것보다 사내 정치와 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구나.'

그때부터 조직의 에너지는 방향을 잃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풀고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데 쓰여야 할 소중한 시간이 사내 정치, 자기방어, 책임 회피용 기록 남기기에 소모됩니다. 개인 간의 소모적인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람들은 정작 본질적인 '일' 자체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5.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조직으로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부서 간 영역 싸움이나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갈등이 없다'가 아니라 '갈등 해결에 적극적이다'라는 부분입니다.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비즈니스 구조에서 논쟁과 의견 대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이디어끼리 치열하게 부딪히는 것은 오히려 좋은 조직의 신호입니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을 공격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조직이 의견 대립을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문화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의견에 대한 반대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방어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결국 조직에 있어서 못된 사람을 골라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평범하고 선량한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못되게 변해가는 그 잔인한 경로를 시스템이 미리 차단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조직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 보게 되는 밤입니다.




Written by dukgun.com with 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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